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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해석

[판례]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의 판단기준

​판례 ]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의 판단기준

대법원 2023다279402, 2023다280563
  • 【주 문】
  •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 【이 유】
  •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관련 법리
  • 가.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 헌법 제32조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3.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사정은 그 합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 나.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 다. 한편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의 강행법규로서의 취지와 규범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할 의도로 단지 형식적으로 정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택시운송사업의 특성상 노사합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었다.
  • 나. 피고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려고 하였으나, 세금증가 등으로 인하여 수입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이를 완강히 반대하였다. 이에 노동조합은 사납금을 인상하지 않거나 소폭으로만 인상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차츰 줄여나가는 내용의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을 자발적으로 체결하였고, 원심 변론종결일까지도 전액관리제 실시에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 다. 경기도 택시요금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약 65% 인상되었는데, 해당 기간 동안 피고의 사납금은 약 34% 인상되는 것에 그쳤고, 피고의 배차시간은 12시간에서 1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위와 같은 택시요금 인상과 배차시간 감축으로 인한 운행지표의 변화, 운행효율의 개선, 근로여건의 변화를 임금협정에 반영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라. 이 사건 특례조항은 초과운송수입금을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함으로써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운행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가 문제되었다. 이는 사납금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므로 그 자체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것이다.

  •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 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0.7.1. 피고의 소재지인 ○○시에서 시행되자, 피고는 약 6개월 후인 2011.1.14. 노동조합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기존의 6.6시간에서 약 24% 줄여 5시간으로 정하는 내용의 2011년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2011년 임금협정에 따른 비교대상 임금에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주휴시간 제외)을 적용하여 산정한 금액은 2011년의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므로, 피고로서는 2011년에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았다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피고는 최저임금이 계속 상승하자 201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임금협정을 통해 1일 소정근로시간을 지속적으로 단축하였고, 이를 기초로 산정된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의 상승 정도와 대체로 비슷하게 증가하였다. 그 결과 2018년 임금협정에서는 1일 소정근로시간이 2시간 50분까지 줄어들었는데, 이는 당초의 소정근로시간인 6.6시간에 비해 약 57%나 단축된 결과일 뿐 아니라 통상 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시간이다.
  • 나.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되는데, 피고와 같은 경기도 소재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의 근무형태(복 격일제), 고정급의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과 위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한편 위 기간 동안 경기도 지역 택시요금이 인상되거나 일평균 영업횟수가 감소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정액사납금제하에서 근무하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사납금을 벌기 위한 근로시간 또는 영업시간의 감소와 관계될 뿐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감소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한 사정이 곧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비율 및 급격성 등을 고려하면, 설령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근로시간과 근무형태의 변경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 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초과운송수입금을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하였을 뿐,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운행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그 자체로 인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고 보았는바,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 라. 피고의 택시운전근로자들과 노동조합은 줄곧 전액관리제 도입에 완강히 반대하면서 사납금 인상 제한 및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전제로 한 정액사납금제의 유지를 요구하였고, 이러한 근로자 측의 요구사항을 피고가 받아들여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은 최저임금법 적용의 회피 목적과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과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피고와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때문에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 마.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모두 유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4. 결론
  •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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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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