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
병원을 운영하는 피고가 피고 병원 전임의인 원고들이 소속되어 있지 않은 피고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협의한 사안에서, 위 협의 및 임금피크제 내용이 원고들에 대하여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한 사례
서울북부지법 2021가단147669 (2023.09.05.)
* 사건 :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 2021가단147669 임금
* 원고 : 1. A ~ 4. D
* 피고 : E병원
* 변론종결 : 2023.05.23.
* 판결선고 : 2023.09.05.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B에게 13,146,120원 및 그 중 4,382,040원에 대하여는 2019.1.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나머지 8,764,080원에 대하여는 2020.1.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D에게 13,119,840원 및 그 중 4,373,280원에 대하여는 2019.1.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나머지 8,746,560원에 대하여는 2020.1.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C에게 14,364,780원 및 그 중 8,026,720원에 대하여는 2021.1.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나머지 6,338,060원에 대하여는 2021.7.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A에게 25,170,444원 및 그 중 15,154,536원에 대하여는 2022.1.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나머지 10,015,908원에 대하여는 2022.7.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 1. 기초사실
- 가. 당사자들의 지위
- 1) 피고는 지방의료원이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E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조례의 규정에 의하여 진료와 의학연구를 통하여 시민의 보건향상을 도모하고 공공의료의 질 향상과 보건의료사업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 2)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는 전문의들로, 현재 의료직(과장 내지 과장대우)의 직위로 재직 중 퇴직한 사람들이다.
- 나. 임금피크제 도입의 경과 및 시행
-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5.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5.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같은 법 제19조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고, 같은 조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 한편, 정부는 청년 고용 증진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지방출자·출연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하고, 경영평가의 차등, 상생고용지원금 마련 등을 시행하면서 공공기관(지방공기업)에 대해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도입을 장려하였다. 정부는 위 「지방출자·출연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에서, 직급별 정년이 상이하여 일부 직급만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에도 전 직원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권고하였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유로 정년을 종전 60세 이하에서 60세를 초과하여 연장할 수는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도 하였다.
- 2) 피고는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에 의료직 근로자의 정년은 60세로, 1급 근로자의 정년은 58세로, 2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은 57세로 하고 있었는데, 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피고의 일부 근로자의 정년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 3) 이에 피고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피고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F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임금피크제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였다.
- 4) 피고는 2015.10.30. 이 사건 노동조합과 2016.7.1.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하는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및 2016.2.1. 이 사건 합의에 대한 보충합의(이하 ‘이 사건 보충합의’라 한다)를 하였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 5)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는 인사규정과 연봉제시행규정, 보수규정을 아래와 같이 개정하여, 2016.7.1.부터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 개정된 인사규정과 연봉제시행규정, 보수규정, 임금피크제 운영기준(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 개정된 인사규정과 연봉제시행규정, 보수규정, 임금피크제 운영기준 부분을 통틀어 ‘이 사건 운영규정’이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 6) 이 사건 운영규정에 따라 1급의 근로자들은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2급 이하의 근로자들은 정년이 57세에서 60세로 각 연장되었고, 이 사건 보충합의에 따른 ‘총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에는 95%, 2년차에는 90%, 3년차에는 85%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위 ‘총 급여’ 기준 1년차에는 5%, 2년차에는 10%, 3년차에는 15% 삭감)을 지급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정년이 60세였던 의료직 근로자들은 정년 변동 없이 위 ‘총 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에는 95%, 2년차에는 90%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금액 기준 1년차에는 5%, 2년차에는 10% 삭감)을 지급받게 되었다.
- 다. 피고의 보수규정 및 인사규정
- 1) 피고의 보수규정 및 연봉제 시행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 2) 피고의 인사규정 및 직제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9 내지 11호증, 을 제1 내지 6, 8 내지 1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이 사건 합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에게 지급하였을 임금에서 기 지급된 임금을 공제한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각 미지급된 임금은 별지 미지급된 임금 내역표 기재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청구취지 기재 각 해당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가. 이 사건 합의와 이 사건 보충합의는 단체협약에 해당한다. 원고들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가입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노동조합의 가입자격이 인정되는 다른 직원들과 동종의 근로자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합의가 원고들에 대한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것은 취업규칙의 성질을 가지는 이 사건 운영규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원고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의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원고들은 이 사건 운영규정 개정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근로기준법 제4조), 이에 위반한 부분은 무효인데(근로기준법 제15조),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 및 이 사건 보충합의 당시 이 사건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적 불이익을 받아 근로조건이 변경된 것이므로 원고들에게는 효력이 없다.
- 나. 59세부터 차등적인 비율로 총 급여를 삭감하는 것일 뿐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으로 인한 업무 능력 저하 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할지라도 임금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인정될 수 없는 점,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이 사건 합의 및 이 사건 보충합의의 내용에 따르면 원고들은 급여 삭감으로 인하여 퇴직을 종용받는 분위기에서도 정년이 연장되지 않았고, 퇴직준비 특별휴가제도는 적용받지 않기까지 하였으므로, 원고들의 불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가 전무한 점,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이후 업무 범위가 줄어들거나 조정된 적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정년이 연장되지 않은 원고들에게만 불리하고 차별적인 것이어서 고령자고용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하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 3. 판단
- 가. 이 사건 합의가 원고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 1) 관련 법리
-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인바, 그 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판결 등 참조).
- 또한, 여기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 유무를 불문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고,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을 가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년퇴직 연령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의 기존 퇴직규정을 변경하고 이에 관하여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경우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적법·유효하여 일정 직급 이상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없지만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았던 근로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 그리고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주체가 된다(대법원 2009.11.12. 선고 2009다49377 판결, 2009.5.28. 선고 2009두2238 판결 등 참조).
- 2) 판단
-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따로 의료직 근로자들의 개별 동의를 받지 않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만을 얻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이 원고들에 대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이 원고들에 대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2015.10.30. 및 2016.2.1. 이미 정년이 60세였던 의료직 근로자들은 정년 변동 없이 ‘총 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에는 95%, 2년차에는 90%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금액 기준 1년차에는 5%, 2년차에는 10% 삭감)만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이 사건 합의 및 이 사건 보충합의를 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가 위 합의의 내용을 반영한 이 사건 운영규정을 제정하여 2016.1.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의료직 근로자들은 이 사건 운영규정에 따라 정년이라는 면에서의 유리한 변경 없이 ‘임금지급률’만이 감축되었으므로 이는 의료직 근로자들에 대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나)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이 무효인지 여부
- (1) 원고들의 조합원 자격 유무
- 을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노동조합 규약 제6조에서 조합원의 자격에 관하여 ‘2급 이상의 지위에 있는 자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의료직 근로자의 조합원 가입 자체가 제한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합의 당시 적용되던 피고의 인사규정 제29조의2에서 전임의의 지위에 관하여 ‘진료과장과 전임의는 보수 및 보직에 관련한 것을 제외하고는 간호·관리직 1급에 상당하는 직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의료직 중 전임의(전문의)로서 과장 내지 과장대우의 근로자인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 및 이 사건 보충합의 당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이 사건 합의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 (2) 이 사건 노동조합이 원고들을 포함한 전체 직원들의 동의 주체가 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의료직 근로자들과 약무·간호·보건·관리·연구·기능·운영지원직 근로자(이하 ‘의료직 이외 근로자‘라 한다)들은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는 근로자들로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동의주체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가) 피고의 인사규정은 제2조에서 ‘직원의 인사에 관하여 다른 규정에 특별히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규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외에 별도로 의료직 근로자와 의료직 이외 근로자를 구분하여 따로 마련한 인사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피고의 보수규정은 제2조제2항에서 ‘의료원의 상근임원 및 연봉제적용 직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은 따로 정하는 연봉제 시행규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연봉제 시행규정은 그 적용대상자로서 제4조제1항에서 ‘임원과 의료직, 보건·관리직 2급 이상, 약사’, 같은 조제2항에서 ‘3급 이하의 직원은 별표4의 자격기준에 해당되면 의료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연봉제 대상자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보수규정의 특별규정으로 연봉제 시행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나, 연봉제 시행규정의 직급에 따른 분류로 보이고 의료직 근로자와 의료직 이외 근로자를 구분하는 보수규정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외에 별도로 의료직 근로자와 의료직 이외 근로자를 구분하여 따로 마련한 인사규정 등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피고의 의료직 근로자들과 의료직 이외 근로자들은 동일한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의 적용을 받는 집단인 것으로 보인다.
- (나) 피고의 보수규정은 원칙적으로 직원 신규 채용시 초임 호봉을 확정하여야 하고, 직원의 승급기간을 1년으로 하도록 규정하여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원칙적으로 호봉제가 적용됨을 규정하고 있다(보수규정 제17조 및 제18조). 반면, 피고의 보수규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연봉제가 적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어 3급 이하 근로자와 2급 이상 근로자가 임금 산정의 체계를 달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호봉제’와 ‘연봉제’는 급여지급방식에 불과하므로 양자가 임금 산정의 체계를 달리한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조건 체계를 달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근로조건 자체가 이원화 되어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다) 2급 이상의 근로자에게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2급 이상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배제한 주된 취지는 노동조합의 운영에 사용자의 이해가 반영되어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침해될 것을 우려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취업규칙도 이를 반영하여 개정하는 것이 통례이어서(대법원 2000.12.22. 선고 99다21806 판결 등 참조), 단체협약의 근로조건 기준과 동일한 기준이 비조합원에게도 적용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2급 이상 근로자에게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2급 이상 근로자가 3급 이하 근로자와 근로조건 체계를 달리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라) 동일한 근로조건 체계에 있는 이상,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전체 근로자 중 일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그 동의의 주체는 전체 근로자이지 불리한 변경의 적용대상이 되는 일부 근로자만이 아니다(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의료직 근로자에게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 의료직 이외 근로자 중 1급 이하 근로자에게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여 위 1급 이하 근로자에 비하여 의료직 근로자에게 더욱 불리한 면은 있으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본적으로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이므로 이로 인하여 정년이 연장되는 위 1급 이하 근로자에 대하여도 불이익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3)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의 유효여부
- (가)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의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합의 및 이 사건 보충합의를 거쳐 이 사건 운영규정을 개정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 시행하였음도 앞서 본 바와 같다. 결국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들과 같은 의료직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관한 동의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나)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과반수 조합’에게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또는 일정한 근로자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표하여 불이익 변경에 대해 동의여부를 결정하는 지위를 창설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위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과반수 조합의 동의가 있으면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에 관하여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하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데, 위 규정에 따라 노조가입이 배제된 소수근로자들(통상 관리직 근로자들)의 동의권 또는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일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 집단에 대한 획일적·통일적 규율이라고 하는 취업규칙의 본질상 불가피한 것으로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사관계 법령상 근로자 집단을 대표하는 자주적 조직체로서의 노동조합이 가지는 기능 및 그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이렇게 하는 것은 충분히 선택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 중에 하나로서 입법자의 자유로운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소수 근로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로서 그들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거나 근로의 권리 또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국민의 권리에 대한 침해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할 당시 원고들이 위 합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둔 규정이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사용자에 비해 현실적으로 열악한 지위인 점 등을 고려하여 근로계약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에만 맡기지 않고 일정한 경우 ‘당사자의 합의’를 조건으로 하되, 그 합의 주체를 ‘노동조합’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94조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고 이를 근로기준법 제4조에서 정한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과 모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 이외에 의료직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근로기준법 제4조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의한 차별 금지 규정 및 근로기준법의 차별 금지규정에 반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에 관한 판단
-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의료직 이외 근로자들 중 1급 이하인 근로자는 정년이 연장되면서 연장된 기간 동안 임금이 삭감되는 반면, 의료직 근로자인 원고들은 정년 연장 없이 임금조정기간인 2년 동안 임금만 삭감됨으로써 원고들이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 2) 그러나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게 된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고, 그 내용도 현저하게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고령자고용법의 취지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가)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행정자치부 및 기획재정부가 모든 지방공기업, 지방출자·출연기관에 고령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도입을 권고함에 따라 피고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근로자의 퇴출이나 피고의 개별적 이익과 같은 부당하거나 탈법적인 목적에서 시행된 것이 아니다.
- 나) 피고가 취업규칙의 변경을 통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절차상 위법사항을 발견할 수 없다.
- 다) 2013.5.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9조의2 제1항은 “제19조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의료직 이외 근로자 중 당시 정년이 58세이던 1급 근로자의 정년과 정년이 57세이던 2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모두 60세로 연장하여야 했고, 의료직 이외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원고들과 의료직 이외 근로자들의 임금을 일부 삭감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 해당한다.
- 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정년 보장·연장을 목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고, 실제로도 임금피크제 도입 후 피고가 별도 정원으로 신규 채용한 인원이 상당수에 이르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연령차별금지의 예외 사유인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서 만 58세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같은 직급의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삭감하였다 하더라도 고령자고용법이 정한 연령차별금지규정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
- 마)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의료직 근로자에게는 정년보장형에 해당하고, 의료직 이외 근로자에게는 정년연장형에 해당하여, 의료직 이외 근로자에 비하여 당시 이미 정년이 60세였던 의료직 근로자에게 더 불이익이 크다고 할 것이나, 이것은 기존에 의료직 근로자가 의료직 이외 근로자에 비하여 유리한 정년규정을 적용받았기 때문인 점, 의료직 근로자와 의료직 이외 근로자는 직급, 담당 업무 내용, 권한 등이 달라 정년 연장 여부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은 차별에 현저히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원고들과 같은 의료직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뿐 아니라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직무, 직급, 근로시간 등을 전혀 조정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규정에 반하거나 현저히 부당한 것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으나, 앞서 본 임금피크제의 도입 경위, 목적,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원고들의 업무 특성,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원고들의 임금이 삭감되는 기간은 2년인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후 2017년경부터 원고들과 같은 의료직에게도 그 신청에 따라 장기근속연수에 따라 정년퇴직자 특별휴가기간을 구간별로 실시(5년이하 근속: 특별휴가기간 1개월 이하, 5년 초과~15년 이하 근속: 2개월 이하, 15년 초과~20년 이하 근속: 3개월 이하, 20년 초과 근속: 12개월 이하)하고, 피고가 2018.6.18. 단체협약을 통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자에 한하여 정년퇴직 예정자에게 공로연수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그 업무 조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제13, 14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직무, 직급, 근로시간 등의 조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현저히 부당하거나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규정에 위반한 불합리한 차별로 보기도 어렵다.
- 다. 소결론
- 따라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은 적법하여 유효하므로, 그 무효를 전제로 한 미지급된 임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 4. 결론
-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방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