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에는 연령차별의 합리적 이유 유무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법원 2023다260088 (2023.12.21.)
* 사건 : 대법원 제2부 판결 2023다260088 임금 및 퇴직금등
* 원고, 피상고인 :
* 피고, 상고인 : 한국고용정보원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6.20. 선고 2022나37044 판결
* 판결선고 : 2023.12.21.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 1. 제1 상고이유에 대하여
- 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 제4조의4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 나. 원심은,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는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1년간 일정 비율로 삭감하는 형태로서, 피고가 그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나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 1) 2013.5.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제19조제1항), 그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에 그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제19조의2 제1항)를 부과하였다. 피고의 인사규정에 의하면 피고 근로자의 정년에 관하여 2급 이상은 60세, 3급 이하는 57세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 2)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의하면, 근로자가 2급 이상의 직급에 오르게 되는 경우에는 정년이 종전보다 연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2급 이상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정년이 57세에서 60세로 연장되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을 일부 수반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3) 한편,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칙에 의하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금 제도 등을 감안하여 임금의 감액률을 조정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에서는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가 있었는지 여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보수가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 달성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심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 4)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이 원심에서 비로소 제기된 이상 원심으로서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좀더 심리하여 본 다음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 5)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단정하면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연령차별의 합리적 이유 유무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2. 제2 상고이유에 대하여
- 가. 원심은, 원고가 위 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이하 ‘관련판결’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비로소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무효인 점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판결 선고 이전인 2019.12.27. 소를 제기한 이 사건에서 임금피크제의 무효를 전제로 하는 2016년 연봉 청구는 시효로 소멸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 1)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3.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등 참조).
- 2) 원고가 관련판결의 선고 전에는 피고의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알지 못하여 임금 차액 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사유는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여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였다는 사유는 될지언정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2016년 연봉 차액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위 청구권이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인 매월 임금의 정기지급일로부터 진행된다고 할 것이다.
- 3) 그럼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있다.
- 3. 결론
-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