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
정년 이후 최초의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 인정 여부
서울행법 2021구합70943 (2022.05.27.)
* 사건 : 서울행정법원 제11부 판결 2021구합70943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 A
* 피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변론종결 : 2022.04.08.
* 판결선고 : 2022.05.27.
[주 문]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6.2. 원고와 주식회사 B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 1. 재심판정의 경위
- 가. 주식회사 B(이하 ‘B’이라고 한다)은 1986.12.2. 설립되어 상시 약 50여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택시운송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05.2.17. B과의 사이에 아래와 같이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계속하여 위 계약을 갱신하며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해 온 사람이다. 위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근로계약서>
제2조 본 계약기간은 계약일로부터 향후 1년간으로 한다. 단 B과 원고 상호간에 이의가 없을 경우에는 계약 갱신시까지 자동 연장된다.
제5조 원고의 근로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은 별도의 임금협정서에 의하여 적용한다.
제10조 원고가 사회적으로 공헌을 하거나 장기적인 무사고, 무위반 등으로 회사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지대한 경우 B은 원고에게 포상한다.
제11조 본 계약에 없는 사항은 타 규정, 규칙 및 일반관례에 준한다.
- 나. B은 2020.10.19. 원고에게 ‘2020.11.6.자로 원고의 정년(만 60세)이 도래함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2020.11.6. 정년도래를 원인으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켰다.
- 다. 원고는 2020.12.2.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와 같이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3.3. 원고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 라. 원고는 2021.4.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6.2.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 2. 원고의 주장
- 피고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들을 예외 없이 촉탁직 근로자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근로계약 갱신을 하였으므로 원고에게도 촉탁직으로 근무할 기대권이 있다. 그럼에도 원고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 3. 판단
- 1) 관련 법리
-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참조).
- 나) 그리고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 외에 해당 직무의 성격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과 근로자의 업무수행 적격성,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의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이 지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와 계약이 갱신된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2.3. 선고 2016두50563 판결, 대법원 2019.10.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참조).
- 위 판례는 정년 도래 후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자 계약 종료 통보를 한 사안이지만, 정년 도래 후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자의 갱신기대권과 동일하게 정년이 도래한 자의 촉탁직 계약체결에 관한 기대권 또한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통한 실질적 근로관계의 존속에 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이를 인정하여 근로자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음은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경우에 따라 정년 도래 후 추가로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보다 고령자의 고용안정 측면에서 정년이 곧바로 도래한 근로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에게도 위 기준에 따라 촉탁직 근로계약의 체결에 관한 정당한 신뢰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 2) 구체적 판단
- 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7호증의 1, 2, 3, 을 제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 퇴직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B과의 사이에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권이 형성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1) 이 사건 근로계약 및 B의 단체협약, 취업규칙에서는 촉탁직 근로계약의 체결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의 이 사건 재심판정 관련 심문회의에서 B 측은 ‘2018년 이후에 정년 도래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되지 않은 사람은 없고, 그 이전에는 있었는데 촉탁직 제도가 도입된 지가 3~4년 밖에 되지 않는다(을 제2호증 제48 내지 제50면)’, ‘2017년 말부터 촉탁직 제도가 도입되었다(을 제2호증 제64, 65면)’고 진술한 점, 뒤에서 보듯이 위 시기 이후 정년이 도래한 B의 근로자들은 원고를 제외하고 모두 촉탁직 근로자로 실제 근무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B이 적어도 2017년 말에서 2018년경부터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에 대하여 곧바로 촉탁직 근로자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것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 (2) B이 2018년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에 대하여 촉탁직으로 고용제도를 도입한 이후 위 회사에서는 원고를 포함한 13명의 근로자가 정년이 도래하였는데, 그 중 12명의 근로자가 B에서 촉탁직 근로자로 계속 근무하였다. 즉 촉탁직 고용제도 도입 이후 재고용이 되지 않은 사람은 원고밖에 없다.
- (3) 이처럼 B은 원고 외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들과 예외 없이 B과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고용된 노동자의 수(12명)도 위 회사의 규모(약 50명 내외)의 1/4정도로 적지 않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정년이 도래하지 않은 근로자들도 위와 같이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들이 촉탁직으로 계속하여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본인 또한 정년이 도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촉탁직 근로자로서 계속하여 근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거나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4)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제공한 근로의 내용은 택시 운전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적,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에 해당할 뿐 아니라, B은 지속적인 채용공고를 내고 있었고 이미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들이 모두 촉탁직 근로자로 계속 근무하였던 점으로 볼 때, B은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위와 같이 촉탁직 근로자를 고용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 (5) 또한 앞서 인정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만 60세 이후 계속 근로하더라도 곧바로 작업능률 저하 및 위험성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촉탁직 근로자로 B의 사업장에 재고용 될 수 있으리라는 합리적인 기대가 있었다고 보인다.
- (6) 원고의 경우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5건의 교통사고를 낸 사실은 인정된다. 그런데 2005.2.17. B에 입사하여 정년까지 근무한 원고의 근무기간을 고려할 때 위 사고건수가 아주 많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그 사고내용도 대부분 가벼운 접촉사고 정도로 보이고 보험처리내역도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의 위 교통사고 내역이 촉탁직 근로자로서 근로를 할 기대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 (7) 피고는, B이 타 근로자들과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존 근로계약이 종료된 뒤 새로운 청약과 승낙을 거쳐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년 후 재고용’에 해당하므로 기대권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B이 정년이 도래한 촉탁직 근로자들과의 근로관계를 실질적·확정적으로 종료시킨 뒤 새로운 채용절차를 거쳐 다시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B은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들과 사전 면담을 거쳐 해당 근로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계속 근무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므로, B의 위 촉탁직 근로자고용형태가 ‘촉탁직 근로계약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기존 근로계약이 완전히 종료된 후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 (8) 피고는 원고가 정년 도래 이전에 B에 촉탁직 근로자로서의 근로계약 체결을 요청한 적이 없고 B도 특별히 요청한 바 없으므로, 원고의 근로계약은 정년 도래로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B이 촉탁직 근로계약 제도를 2017년 말부터 2018년에 도입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이 사건 재심판정 관련 심문회의 도중 B 측은 ‘2017년 말부터 촉탁직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담당자가 퇴사하여 문구나 규정에는 없다’고 진술한 점을 볼 때, B은 촉탁직 제도는 도입하였으나 그 세부적인 절차를 정비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보이므로, B과 원고 등 근로자들과의 사이에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신뢰관계가 이미 형성된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기대권을 부인할 수는 없다.
- 나) 한편 위와 같은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는 경우,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대법원 2019.10.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참조).
- 그런데 B은 원고에게 이러한 기대권이 없다는 전제 하에 별다른 심사 없이 정년 도래를 이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점, 앞서 보았듯이 원고의 교통사고 내역 및 발생 시기와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원고의 징계 전력도 없는 점, 그 밖에 원고의 건강상태, 근무태도, 성적, 성격 등에 있어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으므로, B이 원고와의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다) 따라서 B이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의 정년 도래라는 사정만을 들어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한 조치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원고의 정년이 도래하여 근로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되었고 원고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 4. 결 론
-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이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