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
노동조합 위원장이 승인을 받지 않고 방송실에 들어가 쟁의행위의 목적을 알리고 참석을 독려하는 방송을 한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19도10516 (2022.10.27.)
* 사건 : 대법원 제2부 판결 2019도10516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대전지방법원 2019.7.3. 선고 2018노2662 판결
* 판결선고 : 2022.10.2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관련 법리
-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려면, ①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②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③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④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11.13. 선고 2003도687 판결 참조). 이러한 기준은 쟁의행위의 목적을 알리는 등 적법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2. 공소사실의 요지
- 피고인은 한국철도시설공단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 한다)의 위원장이다.
- 피고인은 2016.9.22. 11:17경 노동조합 부위원장 공소외 1, 기획선전국장 공소외 2등 노동조합 간부 7명과 함께 24층 경영노무처 사무실로 찾아가, 방송실 관리자인 경영노무처 소속 총무부장 공소외 3의 승인이 없었음에도, 공소외 2와 함께 무단으로 방송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다음 방송을 하고, 공소외 1 등 노동조합 간부들은 방송실 출입문 밖에서 방송실 관리직원인 총무부 차장 공소외 4 등이 방송을 제지하려 한다는 이유로 약 4~5분 동안 공소외 4 등이 방송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 이로써 피고인은 노동조합 간부 7명과 공모하여 공소외 3 등이 관리하는 방송실에 침입함과 동시에 위력으로 방송실 관리직원들의 방송실 관리업무를 방해하였다.
- 3. 대법원 판단
-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른 아래의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외견상 그 각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그 주체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절차적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게 개시된 쟁의행위의 목적을 공지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부수적 행위이자, 그와 관련한 절차적 요건의 준수 없이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방식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행위로서, 전체적으로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1) 노동조합은 2016년 중반 무렵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교섭이 결렬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였으나 조정도 결렬되었다. 이에 노동조합은 파업에 관한 찬반투표를 거쳐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하였고, 2016.9.19.부터 피켓 시위 및 천막 농성 등을 시작하였다.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앞두고 2016.9.22. 11:30부터 같은 날 12:00까지 천막농성장 앞에서 중식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공단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라는 공지를 하였다. 한편 피고인과 노동조합 간부들은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간담회 참석을 독려하던 중 경영노무처 사무실에 이르러 그 안에 설치된 방송실에 들어가 방송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적법한 쟁의행위가 시작된 이후 그 목적인 ‘성과연봉제 폐지’에 대한 간담회를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성질상 정당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2) 피고인과 노동조합 임원들이 경영노무처 사무실에 출입한 행위는 적법한 것으로, 그 사무실 내에 위치한 이 사건 ‘방송실’은 대규모 방송시설이 설치된 독립적인 공간 혹은 공단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공간이 아니라 위 사무실 내의 회의용 공간 또는 그 주변에 칸막이를 하여 마이크 등이 설치된 소규모 공간에 불과하고, 한편 피고인 등이 방송실을 사용하는 동안 위 사무실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업무를 처리하는 데 별다른 지장도 없었다. 더욱이 이곳은 출입이 원칙적으로 금지·제한된 구역이 아니고,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방송실 출입 과정에 폭력 등 파괴적인 행위가 수반되지 않았다. 공단 내부규정에 방송실 사용을 위해 ‘사전에 사용신청서 작성·제출 및 총무부장의 승인’이라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었으나, 공단은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아니한 채 구두 사용신청·사용통지 후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노사관행이 계속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 한편, 노동조합과 공단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에는 ‘노동조합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내방송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여 노동조합의 방송시설 이용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공단 측은 2016.9.9. 일방적으로 노동조합의 방송실 사용을 불허하였다가 이를 번복하여 다시 승인하기도 하는 등 당시 단체협약과 달리 노동조합의 정당한 방송실 이용을 임의로 제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피고인이 ‘경영노무처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에게 “방송 좀 하겠다”라고 이야기한 후 곧바로 이를 사용하였을 뿐이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방송실 사용 행위는 노사관행에 따른 통상적인 구두 사용신청·사용통지 등 절차를 거쳤다는 판단·인식 하에 이루어진 것이거나 공단 측의 묵시적인 사용승인 또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설령 피고인이 그 사용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더라도 방송실의 사용 경위·목적·시간·태양 및 방송 내용 등에 비추어, 그와 같은 절차상의 흠결을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적법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어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부수적 행위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움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다.
- 3) 노동조합은 2016.9.21. 공단 측에 간담회 개최 일시·장소 등을 미리 공문으로 통보하였는데, 공단은 간담회 당일에 이르러 그 개최 직전인 2016.9.22. 10:42경 ‘쟁의행위에 돌입한 2016.9.19. 이후 시행하는 총회·간담회는 실질적으로 쟁의행위이므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다.’라는 취지의 공지를 하였다. 즉, 공단은 이미 노동조합의 적법한 간담회 개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공지하기 위한 방송 등의 필요성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피고인이 경영노무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방송실 사용승인권자인 총무부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이고, 달리 다른 방송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되어 있지도 않았다. 피고인은 간담회가 시작되기 약 10분 전부터 약 2분 가량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방송을 하였고, 방송 내용도 곧 시작 예정인 간담회가 단체협약에 보장된 적법한 조합 활동임을 조합원들에게 알리면서 참석을 독려하는 것에 불과하다. 방송 시점과 간담회의 시간적 간격, 조합원들의 간담회 참석을 저지하려는 취지에서 그 직전에 이루어진 공단의 공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방송을 통해 간담회 개최 사실을 알리고 조합원의 참석을 독려해야 할 긴급성·필요성은 매우 큰 상황이었고, 공단도 이를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피고인이 방송실을 사용한 시간·목적·내용·태양에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은 방송실 사용에 관한 노사관행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방송실 사용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로 인한 공단의 방송실 등 시설관리권 등 침해의 정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비록 방송실 사용승인권자 또는 그 권한을 대신하는 책임 있는 자의 승인을 거쳐 이를 사용함이 원칙이기는 하나,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로 인하여 공단의 시설관리권 또는 그 본질적인 부분이 침해되었다거나 법익균형성의 측면에서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 나.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4. 결론
-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주 심 대법관 천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