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은 취업제한기간의 종기를 규정한 것이고, 집행유예기간은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
대법원 2022두44354 (2022.10.27.)
* 사건 : 대법원 제1부 판결 2022두44354 거부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법무부장관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2.5.19. 선고 2021누35485 판결
* 판결선고 : 2022.10.2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 가. 사건의 개요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 (1) 원고는 주식회사 ○○석유화학(이하 회사의 상호에서 ‘주식회사’ 표시는 생략 한다)의 대표이사이자 자회사인 ○○피앤비화학의 등기이사로 근무하던 중, 2014.10.24. ‘○○피앤비화학의 대표이사 등과 공모하여 재산상태와 변제능력 등에 대한 적정한 심사 없이 채권 회수 방안을 마련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아들인 소외인에게 ○○피앤비화학의 자금을 대여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피앤비화학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인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서울고등법원 2014노341호), 2018.11.29.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도15128호).
- (2) 원고는 집행유예기간 중인 2019.3.26. ○○티앤엘, ○○미쓰이화학의 각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임하였고, 2019.3.29. ○○석유화학의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임하였다(이하 위 3개 회사를 같이 부를 때에는 ‘대상 회사들’이라 한다).
- (3) 한편 ○○석유화학은 원고의 아들 소외인이 그 주식 7.17%를 보유하고 있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제2항제4호의 취업제한대상 기업체에 해당하고, ○○티앤엘과 ○○미쓰이화학은 ○○석유화학이 ○○티앤엘의 주식 100% 및 ○○미쓰이화학의 주식 50%를 보유하고 있어 같은 시행령 제10조제2항제6호의 취업제한대상 기업체에 해당한다.
- (4) 원고는 2020.2.28. 피고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제14조제1항 단서에 따라 취업제한대상 기업체인 대상 회사들의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0.5.26. 원고에게 ‘원고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그 밖의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취업을 불승인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 나. 관계법령 및 이 사건의 쟁점
- (1)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제1항은 본문에서 같은 법 제3조 등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각호의 기간 동안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으며, 각호에서 취업제한 기간을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제1호),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제2호),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제3호)으로 정하고 있다.
- (2)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제1항제2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의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 취업제한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함께 규정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종기만을 정하여 둔 것으로 볼 것인가, 즉 집행을 유예하는 기간이 취업을 제한하는 기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원심의 판단
-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에 집행유예기간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보아,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원고는 위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 가.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간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을 기산점으로 하여 ‘그때부터 2년까지’로 보아야 하며,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범위를 벗어난다.
- 나.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취지와 연혁에 비추어 보더라도 집행유예기간이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 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제1항제3호와의 체계적 해석에 따르더라도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 라. 설령 집행유예기간이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법원이 이러한 입법 미비나 공백을 원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여 메울 수는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 가.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실정법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석·적용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나아가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6.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나. 이 사건 조항의 규정 내용과 체계,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의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은 취업제한기간의 종기를 규정한 것으로 볼 것이고, 집행유예기간은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1)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제1항 본문은 취업제한대상자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취업제한기간의 시기는 ‘유죄판결을 받은 때’, 즉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로 보고, 각호는 취업제한기간의 종기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범위를 벗어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다.
- (2)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제1항은 선고형의 종류와 경중에 따라 취업제한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형법 제60조는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만약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제1항 각호에서 취업제한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모두 정한 것으로 보면 징역형의 집행유예(제2호)와 선고유예(제3호)의 경우 취업제한기간이 모두 2년으로 동일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와 이를 구분하여 따로 정한 취지에 맞지 않다. 또한, 피고인별로 징역형의 실형이나 집행유예의 기간을 달리하여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된 경우에도 취업제한기간은 형의 경중과 무관하게 실형의 경우 일률적으로 5년, 집행유예의 경우 일률적으로 2년으로 같게 되어 형의 경중에 따라 취업제한기간을 달리 정한 취지에도 맞지 않다.
- (3) 특정경제범죄법은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거액 경제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여 가중 처벌함과 아울러 범법자들의 경제활동을 제한함으로써 경제질서의 확립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런데 만약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제1항제1호, 제2호에서 취업제한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모두 정한 것으로 보게 되면,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실형 집행기간 또는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될 때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취업제한대상 기관이나 기업체에 취업이 가능하였다가 위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취업이 제한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취업제한 제도의 입법 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타당한 해석론으로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실형 집행기간 또는 집행유예기간 중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
- 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이 취업제한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함께 정한 것이어서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나머지 원고가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제1항의 취업제한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